지난 6월 정부 보조금을 횡령했다 법원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강릉시의회(의장 조영돈) 김기영 의원이 또 다시 ‘횡령’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이 4년 전, 한 토석채취 업체로부터 마을발전기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몰래 받아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김 의원 "돈 받은 것은 사실, 그러나 500만원 마을통장으로 받았다"주민들 "마을통장이라는 것이 결국 자기 통장인데 누가 보자고 할수 있는가?"김 기영 의원(57, 새누리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이 이장 시절인 지난 2012년 A업체로부터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지만 주민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며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혹이 일기 시작하자 김 의원은 일부 주변인들을 만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상처리’를 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 의원이 돈을 받은 A업체는 토석 채취 업체로 지난 2010년 11월 강릉시로부터 모전리 산 201번지 일대에 되메우기용 육상골재채취장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11월에는 ‘규사채취’로 허가를 변경한 뒤, 지난 2월에는 ‘골재선별파쇄허가’를 추가로 받았다.
이 업체가 실제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2년 2월 경이었다. 공사에 앞서 A업체 대표는 당시 이장이었던 김 의원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자 김 의원은 마을발전기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업체 대표는 난색을 표하며 5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공사에 대한 민원 무마용이었으며 김 의원은 500만원을 받고 공사를 승낙(?) 한 셈이다.
A업체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1000만원을 요구해서 5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낸 발전기금 유용 소문에 대해서 알고 있느나’는 질문에 “얼마 전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현금으로 받은게 아니고 마을 통장으로 받았다”며 “당시 통장 내역을 보면 누가 보냈는지가 다 찍혀있을게 아니냐”며 반박했다. 이어 ‘마을통장이 누구 명의로 되어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인이 아니니 이장인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그동안 마을총회 결산보고 때 발전기금 이라는 자체가 거의 없었으며, 특히 나 A업체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을통장으로 받아서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했고 마을총회 때 결산보고도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하이강릉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그 돈은 ‘마을통장’으로 받았고 그 내역은 마을 총회에서 ‘결산보고’를 했다”며 “마을 사람 전체가 모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결산보고를 했고 근거 서류도 모두 있는데 총회에 나오지도 않고 잘 듣지도 않는 몇 사람들이 있다”며 “이번 일들은 자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일부 사람들의 음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해명에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주민들은 김 의원의 주장대로 결산보고도 했고 일부 주민들만 모르고 있던 내용이라면 주변 사람들에 의해 금방 해명되었을 것이고 이렇게 소문이 돌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 의원이 말하는 ‘마을통장’이라는 것이 결국 김 의원 자신 명의의 개인 통장이기 때문에 스스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한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즉 김 의원이 통장 관리를 맡기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그 근거로 지난 6월 김 의원이 공금횡령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을 들었다. 당시에도 김 의원은 농림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상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받아 보관하다 결국 횡령해 처벌받았다.
▲ 지난 2011년 12월, 모전1리가 농림부로부터 우수마을로 지정 돼 농어촌마을대상을 수상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주민제공> 김 의원은 농림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상금 20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수령한 후 보관해 오다 이를 횡령했다 발각 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하이강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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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에 받은 ‘발전기금’이 지금에 와서야 드러난 이유는 뭘까? 내막은 이렇다. 지난 5월경 마을 인근에 현장을 둔 A 업체가 ‘골재파쇄기’를 반입하다 주민들에 의해 제재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파쇄 장비를 본 주민들은 마을에 석산개발이 들어온다고 판단해 진입을 막아섰고, 이 때문에 주민들과 업체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업체는 4년 전 김 의원에게 마을발전 기금으로 500만원을 납부했던 곳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김 기영 의원은 강릉시청 담당 공무원을 공사 현장으로 불러 낸 뒤,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왜 이런 허가를 마음대로 내줬냐“며 담당 공무원에게 크게 호통 치고 허가해 준 자체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업체의 허가는 정상적인 처리 절차를 거친 것이었다. 결국 업체는 공사를 중지한 상태다.
당시 현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한 목격자는 “현직 시의원이 정당하게 허가를 내 준 공무원을 불러서 그렇게 호통을 치고 면박을 주면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김 의원의 고압적 태도를 비판했다.
김 의원 자신이 미리 허락을 한 업체에 대해 공사를 중지시킨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석산개발 논란으로 주민들이 업체에 대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데다, 업체가 최근 허가를 낸 ‘골재선별파쇄허가‘에 대해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빌미로 사업 중단을 요구 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 과정에서 A업체가 당시 이장이었던 김 의원을 찾아가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내고 공사에 대한 사전 허락(?)을 받았던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 하이강릉은 주민들이 제기한 의혹을 바탕으로 사실 여부에 대한 취재를 한 결과 김 의원이 이장시절 A업체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로부터도 돈을 받은 사실 몇 가지를 추가로 확인했다.
김 의원 “받은 돈 3곳 중 2곳은 결산보고 했으며, 한 곳은 '결산보고와 관계없는 돈'"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앞서 언급된 A업체를 포함해 모두 3건으로 금액은 1400만 원이었다. 돈을 낸 업체들은 모두 강릉시로부터 합법적인 허가를 받았지만 마을의 민원 발생을 우려해 김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보험 성격인 셈이다.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넨 업체는 3곳으로 앞서 언급된 골재 채취하는 A업체와 소나무 굴취가 목적인 조경업체 B, C 2곳이다. A업체는 500만 원, B업체 400만 원, C업체는 500만 원을 각각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김 의원에게 건네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들이 김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과 방법을 살펴보면 2010년에 B업체가 현금 200만원과 백만 원짜리 수표 200만원(라가61795621XXXXXX)을 강동농협에서 찾아 김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C업체는 2011년 3월 15일 김 의원 명의 통장에 직접 송금했고, A업체는 2012년 4월 현금으로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업체는 김 의원으로부터 거액을 추가로 요구받았지만 거절한 경우다. 업체의 증언에 따르면 김 의원이 400만원을 받은 얼마 뒤, 업체 대표를 직접 찾아가 추가로 3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B업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의원에게 “3천이면... 소 한 마리가 300만 원 하는데 소 10마리가 집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봐라..내 사업하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거절하자, 이에 김 의원은 ”그럼 사업못하는 거지요 뭐“라며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결국 사업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다.
김 기영 의원은 이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 통화에서 업체 3곳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개인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특히 B업체가 준 돈은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는 돈이었고, 나머지는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결산보고 장부 등 근거를 제시하면 모두 해소 될 텐데 왜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작년 광수대(광역수사대) 조사 때 모두 뒤졌기 때문에 나올 것이 없고 조사 당시 수사관에게 물어보라, 필요하다면 자료를 다 가지고 있으니 공개 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한 B업체의 ‘추가 3천만 원 요구’ 주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근거없는 이야기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광역수사대 조사 당시에는 이런 돈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수사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어 “B와 C업체로부터 받은 각 500만 원은 마을발전기금으로 받았지만 B업체가 준 400만 원은 마을청년회 체육대회 협찬기금으로 받았기 때문에 결산보고와 관계가 없다”며 “받은 돈은 청년회에 그대로 건넸다”고 주장했다. 즉 400만원은 발전기금처럼 주민들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돈’이라는 해석이다.
주민들 "마을 체육대회 때 400만원 협찬에 대해 들어본 사실이 없다"이번 논란에서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김 기영 의원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김 의원은 마을 통장으로 받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위 사례들과 비슷한 시기에 위와 유사한 방법으로 공금을 개인 통장으로 수령한 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에 사용한 통장 역시 김 의원이 말하는 '마을통장' 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주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것은 개인 명의로 된 ‘마을통장’이라는 것이 마을 기금의 투명성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1년 12월, 우수마을로 지정 돼 농림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상금 20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수령한 후 보관해 왔다. 그러다 2012년 12월 자신을 대표로 하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면서 자부담금 1억 2100만 원이 부족하자 보관 중이던 상금 2000만원을 자부담금으로 몰래 사용했다 발각됐다. 법원은 지난 6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김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