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8일 강릉시가 동계올림픽 G-100일 기념하는 한복퍼레이드 행사를 여는 자리에 참석한 최명희 강릉시장(왼쪽)과 권성동 국회의원(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갈등 관계가 얼굴 표정에 잘 나타나 있다. © 김남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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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6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같은 당 소속이면서 양쪽으로 줄서기를 하며 서로를 죽일려고 하고 있으니 완전히 깜깜이 선거다. 이러다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 후보들은 전멸 할 수 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 광역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강릉시 당원협의회 소속 출마 예상자들의 자조섞인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다.
원외 위원장 측 “당이 어려울 때 지킨 사람들을 복당파 위해 ‘무능’ 낙인찍어 쫓아내는 꼴”
자유한국당이 당협위원장을 교체를 결정하는 당무감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당협위원장 복귀를 놓고 지역마다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복당파 의원들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은 대부분 원외 위원장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거 복당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다시 복귀하려는 측와 이를 막으려는 측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강원도 강릉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강릉지역 권성동(강릉 57, 3선) 국회의원과 최명희(62, 3선) 강릉시장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두고 벌이는 사투(?)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지선 출마자들 역시 양 측으로 갈려 줄서기를 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 내 출마 예상자들 사이에서 “이러다 양쪽다 죽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릉시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원외인 최명희 현 강릉시장이 맡고 있다. 최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인 지난해 12월 말 당시 당협위원장이었던 권성동 국회의원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기초.광역 의원 모두를 데리고 바른정당으로 입당하자 공석이 된 한국당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권 의원은 지난 5월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이미 예고됐다.
권성동 의원으로서는 지역 내 장악력 회복을 위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 복귀가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하지만 3선 제한으로 내년 6월 퇴임하는 최명희 강릉시장 역시 자신의 정치적 꿈인 ‘국회의원’ 도전을 위해서라도 당협위원장 자리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고지였다.
사실 최 시장은 탄핵 정국 전까지는 강원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고 중도 사퇴까지 준비했던 터다. 이는 최 시장이 3선 중진으로 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권 의원을 경쟁 상대로 하기에는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역 내 당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당협위원장 자리는 현역 의원인 권 의원 전유물처럼 여겨져 최 시장으로서는 감히(?) 넘 볼 수 없었던 것.
이 때문에 최 시장은 힘의 논리에 밀려 결국 국회의원 꿈을 접고 강원도지사 출마로 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최 시장에게 ‘권 의원의 탈당’이라는 뜻밖에 기회가 왔다.
이를 계기로 최 시장은 원외 강릉시 당협위원장직을 맡아 권 의원 측근을 배제한 채 반대 세력들을 영입해 현역 시의원이 맡았던 지역별 ‘당협운영위원’을 전면 물갈이 하며 급격히 조직 장악에 나섰다. 이때부터 최 시장은 도지사 출마를 접고 국회의원 출마 계획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권 의원이 동반 탈당했던 현역 기초.광역 의원과 일반 당원들을 데리고 복당을 하면서 당 내에는 두 개의 계파 형성되기 시작했고, 갈등은 갈수록 치열해 졌다. 당원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한 권성동 의원 계열과 정치 신인들이나 공천에서 탈락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최명희 계열로 완전히 분류 돼 움직이며 팽팽한 기싸움을 해 나갔다. 언 듯 보면 최 시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 한 듯 했다.
권성동 vs 최명희 “니가 가라 도지사”
그도 그럴 것이 자유한국당 중앙당은 복당파인 권성동 의원에게 강원도지사 출마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꿈을 그리고 있는 최명희 강릉시장으로서는 더 없는 호재였다.
그러나 권 의원은 이를 일종의 ‘밀어내기’로 판단해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으로서는 4선 고지인 안방 무대인 국회의원 자리를 넘겨주고 불모지인 도지사 선거에 나가라는 것은 일종의 ‘유배’라고 판단한 듯 하다.
당시 강원도지사 선거에는 3선을 노리는 현 최문순 도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의 출마설에 낮은 당 지지율 등으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승률을 쉽게 낙관하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인데다, 당 내 공천 경쟁에서 탈락하면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야인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양측의 줄다리기는 지난 7월 3일 홍준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홍 대표가 바른정당 입당파를 견제하던 친박 척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선언하고 바른정당 의원들을 추가 입당 시켰다.
홍 대표 이어 지역 당협위원장 30% 물갈이론을 언급했다. 이런 홍 대표의 발언은 복당파 의원들을 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 복귀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됐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 11월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울주군당협의원장 자리를 놓고 바른정당 복당파와 원외위원장의 갈등에 대해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는 것이 정치적 관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이런 연이은 복당파 의원들의 지원 사격은 권 의원을 포함한 복당파 의원들로 하여금 친박들이 주장하는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당 내 운신의 폭을 넓히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 때부터 지역 내에서는 강릉시 당협위원장이 현역인 권성동 의원으로 교체 될 것이라는 입 소문이 강하게 돌기 시작했다.
당협위원장 교체설에 최명희 ‘도지사 불출마 선언’으로 배수진
그러자 이번에는 최명희 시장이 배수진을 치며 반격에 나섰다. 최 시장은 지난달 13일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출장 기간 내년 임기 후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일각에서 분수에 넘치게 도지사 후보로 거명도 해주시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번 지선 도지사 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권성동 의원 측이 최 시장을 강원도지사 출마하도록 당 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게 당 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권 의원으로서는 최 시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하면 저항없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자신을 ‘도지사 출마’로 몰아가는 당 내 분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당협위원장’ 자리에 대한 수호 의지는 물론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역 내 자유한국당 내 사정을 잘아는 한 관계자는 ‘최명희 시장이 2020년 국회의원에 출마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 도지사 불출마 선언한 것이 그런 것(국회의원 출마)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이는 권성동 의원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 임을 시사했다.
▲ 최명희 당협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대비와 침체된 지역 당세를 회복하고 당원들의 결속을 강화시키자는 차원에서 매달 “시민 속으로” 행사를 개최한다고 선언하고 첫 번 째 행사로 지난 7월 29일 경포해변 일대에서 해변정화작업을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명희 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만 참석했으며 권성동 의원 계인 현역 기초 광역 의원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 김남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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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지역 내 정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소문 나 있다. 권 의원과 최 시장이 지역 내 모든 행사장에서 예전과 달리 서로 간에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행사 참석이 겹치지 않게 서로 불참하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관변단체 장 A씨는 “최 시장과 권 의원은 행사장에서 그냥 보기만 해도 사이가 안좋다는 티가 한눈에 보인다”며 두 사람 관계를 설명해줬다.
두 사람의 갈등 관계는 당 내 행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명희 당협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대비와 침체된 지역 당세를 회복하고 당원들의 결속을 강화시키자는 차원에서 매달 “시민 속으로” 행사를 개최한다고 선언하고 첫 번 째 행사로 지난 7월 29일 경포해변 일대에서 해변정화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자유한국당 소속 12명의 현역 시의원 중 박건영 의원과 김경자 의원 2명, 도의원은 심영섭 의원과 오세봉 의원 2명 모두 4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 권성동 의원 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의도적인 불참이었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이런 행사를 하면 당연직인 현역 의원들에게 사전에 전달하고 알려야 하는데 모두 배제된 채 진행됐다”며 최 시장의 당협 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음을 드러냈다.
강릉시당협은 현역 의원을 우선적으로 지역별 운영위원으로 배정했지만 강릉시의회 한국당 소속 11명은 권 의원을 따라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다 복당하는 과정에서 운영위원에서 빠진 상태다.
권 의원 측의 반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 시장이 이끌고 있는 강릉시당협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할 인사들에 대해 ‘출마 의향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현역 의원이 속해있는 권성동 의원 측은 “우리 당이 언제부터 출마 의향서를 받은 적이 있느냐 이것은 줄세우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사람의 첨예한 갈등속에서도 최명희 시장 측은 이번 당무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도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당이 어려울 때 지켜왔는데 내치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고, 당무 감사 결과에도 2권역 제한선인 50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번 당무감사결과에 따라 최 시장이 위원장직으로 내놓게 된다면 최 시장으로서는 정치적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홍 대표가 금번 당무감사는 “무능한 당협위원장들을 박탈하기 위함“이라고 밝혀 문책성 ‘박탈’임을 분명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6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우리 지구당 조직을 점검해보니 30% 이상이 아무런 조직도 없이 핸드폰 하나로 지구당을 유지하는 소위 핸드폰 위원장"이라며 "핸드폰 위원장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할 수 없다"며 이들을 점검해서 낙제점이 되는 곳은 위원장직을 박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희 ”위원장 내 줘도 탈당하지 않겠지만...“ 공천 과정이 공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못참아
강릉시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명희 현 강릉시장은 최근 자신을 지지자들에게 ‘당협위원장’ 현역 교체설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달 말, 강릉 안목의 한 횟집에서 열린 당원협의회에 참석해, “당협위원장이 권성동 국회의원으로 교체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서 (당협위원장에서)물러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탈당이나 특별한 독자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하지만 최 시장은 “그러나 공천과정이 투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필요한 행동을 취 할 수도 있다”며 ‘위원장 교체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최 시장 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에 대해 향후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을 경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주 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자유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발표가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지역 정가의 태풍의 핵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