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근 시장은 21일 오후 KTX강릉역 일원에서 열린 추석연휴 손님맞이 전래놀이 행사장과 강릉로컬 농특산물 마켓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강릉시청 홈페이지
|
“시장이 공무원 인사의 근본인 지방공무원법을 어기고, 자격이 부족한 특정인을 위해 불법과 편법으로 승진을 시킨다면, 앞으로 강릉시 공무원들은 객관적인 인사평가의 바탕이 되는 ‘근무평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믿게 될 것이다”
김한근 강릉시장이 단행한 '강릉시 국장급(4급)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받은 한 공무원의 자조섞인 한탄이다.
강릉시 "기계적인 승진 무의미"
공무원 "공무원 인사규정 무시한 인사는 인사권 남용"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초선으로 당선된 김한근 강릉시장은, 민선 7기 임기가 시작된 지난 7월 2일, 명예퇴직과 공로연수로 공석이 된 국장급(4급) 8명의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강릉시는 이 인사에 대해 "이번 국장급 인사는 김한근 강릉시장이 당선 후 줄곧 강조 해 왔던 일 중심의 인사, 젊고 다이내믹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는 김 시장의 인사에 대해 '편법인사' '꼼수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불만이 쏟아졌다. 이어 강릉시의회도 인사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나섰고, 공무원 노조도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또 불이익을 받은 직원들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강릉시가 인사를 발표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논란은 갈수록 거세질 모양새다. 게다가 향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그 파장은 더 커 질 가능성도 있다.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안팎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김한근 시장으로서는 곤혼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강릉시는 지난 2016년 11월에도 직원들에 대한 근무성적평가 과정에서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 돼, 근무성적평정에 연루된 직원 2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통보 받은 사실도 있다.
전직 시의원 "전직 시장에서도 자기 사람 심기로 이런 방법쓰였다"
"그러나 명백한 불법 이제는 바로잡아야"
김한근 시장은 앞선 국장(4급) 승진 인사에서 전보를 제외한 6명을 국장으로 승진 발령 했다. 그러나 이 중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지 않은 4명이 '직무대리'라는 편법으로 승진됐고, 정작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됐던 과장 3명은 특별한 이유 없이 배제됐다.
그러자 인사에서 배제된 승진대상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강릉시 한 공무원은 "밀실인사를 막기위해 인사규정을 두는건데. 김 시장이 지방공무원 인사규정을 철저히 무시한 불법 인사를 했다, 내부에서는 선거에 대한 보은인사, 새치기 인사라는 말도 돌고 있다"며 인사의 부당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공무원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조차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김 시장이 공무원 인사를 규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을 무시하고, 적법하지 않은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원 보충은 "승진임용" 해야, '직무대리' 발령은 명백한 불법"
공무원의 승진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 제38조』에는 공무원이 승진하기 위한 계급별 최저 근무연수를 규정하고 있고, 5급은 4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대상으로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고, 이 명부의 우선 순위에 따라 임용 하도록 명시 돼 있다.
당시 강릉시에는 ‘승진후보자명부’에 등재된 대상자(5급) 3명이 있었지만, 김 시장은 이들을 모두 배제한 뒤, 최소근무연수를 채우지 못한 다른 5급 과장 3명을 대체 ‘승진’시키기로 결정했다.
김 시장은 ‘최소근무연수’가 부족한 이들을 승진 시키는 방법으로 '직무대리' 형식으로 사실상 편법 승진 발령을 냈다. 그러나 이 역시 ’결원 보충방법‘과 ’강릉시 직무대리 규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결원 보충방법을 규정한 『지방공무원법 제 26조』에는 "공무원 결원시 신규임용, 승진임용, 강임, 전직 또는 전보의 방법으로 보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결원이 발생한 국장 보직에는 승진후보자 명단에 포함된 자를 대상으로 '승진발령'을 내야했지만, 김 시장은 명단에 없는 사람을 '직무대리' 발령으로 보충했기 때문이다. 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공무원 승진 규정을 피하기 위해 적용한 ‘직무대리’ 자체도 적법하지 않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직무대리‘는 해당 직위에 사고가 생겼을 경우,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절차로, 직무를 대리할 자가 법으로 정해져있는 ’법정대리‘와 임명권자가 임의로 정하는 ’지정대리‘가 있다
▲ 21일 김한근 강릉시장이 제269회 강릉시의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해, “4급 직무대리를 결원 보충한 법적 근거를 묻는 김복자 시의원의 시정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남권
|
"법정대리 규정보다 지명대리 우선 행사는 잘못"
김한근 시장은 이번 인사에서 ’지명대리‘를 행사했다.
’지정대리‘는 강릉시 인사규정에 ’법정대리‘ 규정이 없을 경우에 가능하다. 하지만 『강릉시직무대리 규칙 제2조』에는 ’국.소.본부장이 결원될 경우, 직제순위에 따른 관.과장이 그 직무를 대리 하도록 한다’는 ’법정대리‘ 규정이 분명하게 시 돼 있다. 따라서 법정대리 우선 원칙을 깨고 ’지정대리‘ 를 행사한 자체가 적법한가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정대리‘를 규정한 『강릉시직무대리 규칙 제3조』에는 ‘법정대리자가 확정되지 아니 할 경우에는 시장이 소속 직원 중에서 직급 순위에따라 지정하는 사람이 대리한다‘고 명시 돼 있기 때문이다.
강릉시 김년기 행정국장은 인터뷰에서 ’직무대리 발령 근거‘에 대해 “대통령령인 『직무대리 규정』 제6조 제5항 제2호에 근거하여 직무대리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릉시직무대리 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중앙 행정부처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들고 나온 것은 결국 이번 인사가 ’강릉시직무대리 규칙‘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시선도 있다.
이 뿐 아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직무대리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지방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법 직무대리규정 제6조(직무대리의 운영)에는 ‘직무대리자는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무대리의 업무를 수행하는 임시적 조치로, 직무대리자가 자리를 옮겨 직무대리만의 업무를 수행하여서 안된다“고 명시 돼 있다. 다만 직무대리자가 승진임용이 예정된 자 일 경우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릉시 직무대리 국장들의 경우 무늬만 ’직무대리‘일 뿐, 국장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물론 명패와 명함에도 ’국장‘이라고 새겨져 사실상 공식 직함은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무대리'가 아닌 '편법 국장 승진'임을 강릉시 스스로 자인한 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승진후보자 명부에 있는 사람을 베제하고, 다른 사람을 넣은 건 '새치기 인사'
"열심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 절망감 심는 일"
그러나 강릉시는 법령 해석에 따른 차이라는 설명했다. 강릉시 김년기 행정국장은 인터뷰에서 ”직무대리를 규정한 대통령령 직무대리규정 제6조 5항의 직무대리 업무만을 수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인 2호 ’소속 장관이 직무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직무대리를 하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김 국장은 또 승진후보자명부에 등재된 3명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 “시장님이 후보자 시절부터 국장 승진 후 1년짜리 근무하는게 불합리하다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즉 정년을 2년을 둔 사람이 승진 할 경우 1년 근무 후 공로연수를 떠나, 결국 1년짜리 국장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는 것.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배제된 3명 과장 중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결재라인에 있던 관계자는 "시장에게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시장이 `당신은 빠져있으라'고 했기 때문에 `내 책임은없다`"고 주변에 하소연 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지만, 지목된 당사자는 시사줌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강릉시 공무원노조가 김한근 시장의 인사평가 변경에 대해 반발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강릉시공무원노조 제공
|
김한근 시장의 인사 논란은 하위직 평가방식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 시장은 취임 후 공무원 평가 방식을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평가하는 '다면평가'에서 상급자만 평가하는 '근평' 방식으로 바꿨다. 또 5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 배치에 대한 인사권을 각 과장들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위임하면서, 과장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켰다.
이를 두고 강릉시공무원 노조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급작스럽게 바꿨다”면서 강하게 반발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어떤 평가방식이든 장단점이 있겠지만, 일방 평가가 직원들을 줄세우기 문화를 만드는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다면평가로 바꾼 것인데, 김 시장이 일방적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일보다는 오로지 상급자 눈치만 보게 되는 과거로 회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강릉의 한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불법적인 인사를 바로잡기 위해 곧 서명 운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300명 이상의 서명부를 첨부해 시민들이 직접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 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인사 논란이 시민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시 직무대리 편법승진은 `인사권 남용` 징계,
강릉시 감사원 감사 결과 촉각
한편 이번 강릉시 국장 인사의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제주시청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승진발령을 냈던 사실이 적발 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따라서 강릉시 감사 결과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9일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의 제주시청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시는 승진소요 최저연수가 경과되지 않아 승진후보자 명부에도 등재되지 못한 자를 직무대리로 지정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적발돼 기관경고와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제주시는 올해 1월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공석이었던 국장직에 특정인을 직위 승진시켜 직무대리로 임용했다. 이 과정에서 5급 4년 이상의 승진 최저근무년수를 채우지 못해 승진후보자 명부에도 없는 사람을 직무대리로 국장에 임명했다. 이로 인해 4급으로 승진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 다른 공직자가 승진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를 초래하면서 인사권이 남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주시는 이에 대해 적합자 선정 과정에서 1차 산업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자를 선발하고자 부득불 발탁한 것이라고 도 감사위에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 감사위는 "승진 규정이 명확히 명시돼 있는데도 그것을 위배하면서까지 자격이 없는 자를 직무대리로 지정해선 안 된다"며 "당시 행정직 5급에서 승진자격 요건을 갖춘 대상자가 있었기에 제주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21일 제269회 강릉시의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해, “4급 직무대리를 결원 보충한 법적 근거를 묻는 김복자 시의원의 시정 질문에 ”법적으로 모두 검토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강릉시 5급 인사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은, 모두 2차례 현장 방문 조사를 벌였으며, 이달 말 경 조사 결과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민선 7기 취임 후 이어지는 첫 인사 논란을 김한근 시장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해 강릉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