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현직 공무원이 자녀 양육비 청구소송을 앞두고 시청 내부 시스템를 이용해 이혼한 전 부인 등의 개인정보를 수십차례 무단 조회한 뒤 이를 자녀 양육비 청구 소송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릉시에 거주하는 A씨(여)는 지난 6월 11일 전 남편 B씨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강릉시청 감사관실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현직 공무원인 전 남편 B씨가 업무시스템을 이용해 자신과 현 배우자 C씨의 개인정보를 무단열람하고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다.
사건은 전 남편 B씨가 A씨에게 자녀양육비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 한 명을 둔 이들은 지난 2000년 협의이혼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혼자 키워온 남편 B씨는 20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 전 배우자 A씨를 상대로 자녀 양육비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올해 4월 A씨는 전남편 B씨에게 양육비 4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육비 소송은 이렇게 전 남편 B씨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양육비 소송 과정에서 전 남편 B씨가 A씨와 현 배우자 C씨의 재산 내역 등 개인정보를 너무 상세하게 적어 냈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 남편 B씨는, 전 부인 A씨가 강릉시 최고급이라는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고, 경포에 소재한 분양가 3억 원 상당의 수익형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고급 외제 승용차를 운행하는 등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소장에 적었다.
이에 A씨는 소송 당시 전 남편 B씨가 강릉시청 세무 관련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B씨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즉각 반발했다. B씨가 자신이 맡고 있는 지방세정보시스템에서 자신과 현 남편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해 양육비 소송에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전화 통화에서 "전 남편 B씨가 나뿐 아니라 아들이 다니는 학교, 나의 직장, 현 남편의 근무처, 동산, 부동산 보유내역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실제로 전 남편 B씨는 양육비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 전 부인 A씨와 가족 등 개인정보를 수시로 들여다 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난 2019년 7월 강릉시청 세무관련 부서로 발령 받은 후, A씨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송을 앞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동안에는 하루에만 30회 정도 집중 열람했다.
강릉시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개인정보 열람에 대한 기록을 수차례 요구하는 A씨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쉬쉬했다.
강릉시 측 "자체 징계 결정"... B씨 "문제 되면 처벌받겠다"
이번 사건에 대해 뒤늦게 조사를 벌여온 강릉시청 감사관실은 B씨를 자체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강릉시청 감사관 관계자는 지난 27일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사실이 확인돼 자체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라면서 "경징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전 남편 B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개인정보 관련 처벌이 많이 강화됐다. 이번 사안은 명확한 목적외 사용으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수집한 목적 범위외 사용이나 제3자 제공을 금지(제18조)하며, 권한을 초과해 유출하는 것 역시 금지(제59조)행위로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 남편 B씨는 전화통화에서 "전부 사실이다"면서 "문제가 된다면 처벌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