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시의회 기세남 의원이 7일 오후 강릉시청에서 강릉시 하수관거 공사에 사용한 자재의 성능 미달을 주장하는 기자회견회견 중이다. © | |
강릉시 하수관거 정비 임대형민자사업 당시 배수설비에사용된 PVC관이 표준 미달의 저급 재질인데다 적정 가격에 비해 30% 정도 고가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릉시의회 기세남 의원은 7일 오후 강릉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문진을 포함한 강릉 지역 하수관거 사업시행사 GS건설이 공사 당시 270억원대의 자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조달청 납품 가격 대비 최소 30억원이 과다지출됐고, 배수설비에 사용한 PVC관의 재질분석을 의뢰한 결과 내구성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 의원이 공개한 한국융합시험연구원의 재질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사 당시 배수설비에 사용한 100mm PVC관의 인장강도(압력에 견디는 정도)가 23MPa으로 나타나 표준치 45MPa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기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강릉시 환경수도사업본부장과 주무과장, GS건설 관계자는 차례로 해명에 나서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기의원의 문제 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릉시와 GS건설측은 조달청 조달물품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조달하는 것임에 반해 강릉시하수관거 공사의 경우 민간투자사업이므로 정부 조달가격으로 조달청 자재를 구입할 수 없고, 주무관청에서 시행사를 대리로 자재를 구매하는 경우도 없다고 밝혔다.
또, 자재에 대한 품질 논란에 대해서는, 기세남 의원이 시험 의뢰한 자재의 경우 5년전에 시공한 자재여서 그간 외부에 노출돼 내구연한 경과와 외부환경에 의한 변형으로 당초 제작시 시험한 결과와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공사에 소요된 자재는 반입전 공사책임감리원이 각종 시험 성적서와 검사를 거쳐 승인을 얻은 후 사용한 것이어서 결코 불량자재가 아님”을 주장했다.
게다가 2009년 2월 공사 당시 인장시험기준의 성능단위는 4700N/㎠가 표준기준치였으나 2009년 12월 15일부터 성능단위가 45MPa로 개정됐으므로 시험기준 단위가 틀려 비교할 수 없으나 당시 사용자재의 품질시험결과는 5238N/㎠ 수준이어서 기준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세남 의원이 PVC관의 품질을 시험의뢰한 기관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용인시 소재)인 반면 시행사측이 공개한 시험성적서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인천시 소재)가 발급한 시험 결과다.
GS건설과 강릉시의 해명에 대해 기세남 의원은 “PVC관의 경우 건물내부에서 확보한 시험샘플이었던 만큼 시공 후 5년이 지난 시점이라고 압력에 견디는 강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만간 자재에 대한 추가 시험을 의뢰해 시행사의 허위주장 여부를 입증할 것”을 천명했다.
▲ 지난 1월 16일 주문진 하수관거 공사구간의 지반이 침하되면서 배수설비 PVC관이 파열된 모습이다. 기세남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 PVC관은 인장강도가 낮아 파열된 것으로 보인다. © | |
한편 이날 강릉시와 시행사는 유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기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한 해명에 나서면서 주문진 하수관거정비 임대형 민자사업 중 803개소에 대한 배수설비를 공동조사 결과 전체 조사대상의 6.3%가 부실시공이었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릉시와 시행사가 6%대의 부실시공율을 밝힌 배경에는, 정화조 폐쇄 대상 289개소 중 부실이 우려되는 145개를 굴착조사한 결과 ▶토사채움 부족 ▶현장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혼입 ▶분뇨 미수거 ▶토사미채움 등 51개소가 부실시공으로 확인됐으므로 결과적으로 주문진 전체 배수설비 803개 중 93.7%가 적정 시공이었거나 별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시행사와 강릉시의 이같은 주장을 전해들은 공동조사단의 민간 조사위원들은 크게 놀라는 눈치다. 공동조사단에서 조사 대상의 부실시공율을 집계한 사실이 없는데다 6%대의 부실시공율을 집계한 방식에도 아연실색하고 있다.
민간 조사위원들은 주문진 하수관거 공사 구간에 대한 현장조사가 폐쇄처리한 145개소의 정화조를 중점으로 진행됐음에도 마치 전체 배수설비 803개소를 전수조사한 것처럼 사실을 날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2개팀으로 나눠 진행된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조사위원 중 A팀 조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주문진하수관거비대위 김명래 사무국장은 A지역의 경우 준공처리한 정화조 중 최소 90%가 부실시공이었음을 증언하고 있고, B지역에서 조사활동 중인 주문진사회단체협의회 소속 김천근 조사위원은 “B지역의 경우 준공처리한 정화조 중 최소 60%가 부실시공이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조사위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보수공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공동조사단의 입장을 정리해 부실시공율 등 주문진하수관거 공사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필요할 경우 현장 재조사도 불사할 태세다.
<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