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대형마트에 '평일휴무' 내어주고 뭘 받았나?

유착 고리끊기 위해서라도 공휴일휴무 실시해야...

김남권 | 기사입력 2014/09/03 [23:04]

재래시장, 대형마트에 '평일휴무' 내어주고 뭘 받았나?

유착 고리끊기 위해서라도 공휴일휴무 실시해야...

김남권 | 입력 : 2014/09/03 [23:04]

지난 8월 15일 한 대형마트로부터 돈을 받아 개인적으로 빼돌린 혐으로 강릉중앙시장 번영회장 강모(48)씨와 부회장 김모(74)씨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 돼 재판에 넘겨지자, 이를 둘러싸고 “대형마트들의 ‘공휴일휴무’가 무산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아니냐”며 논란이 일고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30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형사 제217호 법정에서는 이들의 ‘배임수재혐의’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정에 선 강씨는 지난 2010년 7월 강릉 홈플러스로부터 4,0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입금받아 이를 시장 상인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부회장인 김씨와 2,000만원씩 나눠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홈플러스가 ‘일부 농산물 판매 금지’ 조항을 어긴 것을 두고 중앙시장 상인들이 반발하자 강씨가 이를 무마시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강 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법정 다툼에 대비해 변호사까지 선임했다. 강 회장은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받은 경위에 대해 “2010년 5월경에 홈플러스에서 물건을 납품하게 해 주겠다고 하면서 통장 사본을 달라고 했는데, 7월경에 4천만원이 들어와 있었다”며 먼저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었음을 강조하며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입금된 돈에 대해 마트 직원이 ‘격려금으로 준 것이고 기부금 처리한 것이니 괜찮다’는 말을 해 격려금으로 생각했다”며 “이렇게 받은 것을 혼자 가질 수가 없어서 측근 몇 사람에게 나누어 준 것 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회장의 이런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강릉시 관내 유통업 관계자들과 중앙시장 일부 상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대표 사이에 유착관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부에서 법률로 정한 대형마트들의 ‘공휴일 강제휴무’의 취지를 무시하고, 대형마트들이 원하는 ‘평일휴무’로 결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 동안 ‘평일휴무’를 반대해 온 측에서도 “이를 계기로 불법적인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강릉시는 현재 평일인 대형마트들의 휴무일을 공휴일로 다시 재 지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 사건을 대형마트들의 ‘평일휴무’와 연관지어 비판하는 것은, 강릉시 관내 대형마트들의 휴업일을 결정하는 기구인 ‘강릉시 유통발전상생협의회’ 재래시장 대표위원으로 있는 강씨가 그 동안 ‘평일휴무’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강릉중앙시장 번영회장과 강릉시 관내 7개 재래시장 연합회장이기도 한 강씨는 휴업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평일휴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도내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하나로마트가 참여하지 않는 대형마트 공휴일 휴업은 의미가 없으며, 차라리 대형마트들이 원하는 ‘평일휴무’를 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마트의 이익을 재래시장과 공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의 주장은 대형마트의 ‘공휴일휴무’가 시행되어 봤자 그 이익을 얻는 것은 하나로마트와 중견 마트만 배불리는 꼴이되고, 정작 재래시장은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이익 분배 등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평일 휴무를 반대하는 측은 “결국 대형마트들에게 공휴일 영업을 가능하게 해주고 지원을 받겠다는 강회장의 주장을 그대로 강릉시가 수용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런 찬반 논란속에 강릉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지난해 10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이 아닌 수요일로 지정해 통과시켰다. 도내 주요 도시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인 곳은 강릉시가 유일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부 상인 단체에서는 그 동안 강릉중앙시장 중심으로 대형마트들과 의무휴업일 협상을 진행해 온 강릉시의 ‘유통발전상생협의회’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사)강릉시상업경영인연합회 홍성기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통해 대형마트 공휴일 휴무가 왜 강릉시만 안되는지 그 이유가 밝혀 진 것이다”며 “강릉시는 강씨를 포함한 기존의 상생협의 위원들을 모두 해촉하고 재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릉시는 이런 주장에 대해 정해진 법률과 조례에 따라 선임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릉시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협의회에서 9명의 심사위원중 당연직인 부시장과 실과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은 재래시장 대표, 대형마트 대표 등 모두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가진 가진분들이 참여해 투표로 결정하는 것인데 한 두명이 주도 할 분위기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의무휴업일이 결정될 당시 한시적(6개월간)으로 시범 운영을 한 뒤 다시 결정하자고 약속 한 만큼, 오는 12월에 열릴 예정인 상생협의회에서 재 논의 될 것”이라고 해 타협의 여지를 남겨뒀다.

강릉시 관내 대형마트들의 강제휴무는 지난해 11월 처음 시작됐다. 이는 지난해 4월 23일부터 개정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으로,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도록 되어있지만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을 지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사실상 대형마트들이 휴무일을 결정하는 상생협의체에서 재래시장 상인 대표만 잘 설득하면 공휴일 휴무는 피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이것이 유착관계를 만드는 단초가 된다. 이런 예외 규정에 따라 강릉시는 지난해 11월 공휴일이 아닌 둘째 넷째 수요일을 휴무일로 결정했다. 도내 대형마트 중 강릉과 삼척만 유일하게 평일 휴무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평일휴무를 결정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합의한 내용은
 
1. 재래시장에서 상인들의 의식개혁을 시킬수 있는, 서비스교육, 친절교육 실시
2. 상품진열방법에 대한 지도
3. 재래시장 화장실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화장지라든지 하는 물품지원
4. 상인들 자녀가 이마트나 홈플러스 취업을 했을 때, 정직원으로 채용해 줄 것
등이다.
 
반대 측은 이 합의안에 대해 "이런 지원이 강릉시내 전체 소상공인에 대한 것이 아니고, 사실상 일부 전통시장 상인회에만 해당되는 또 하나의 특혜라고 비판했고, 특히나 상인 자녀들의 정직원 채용 부분은 그 대상이 어디까지 인지 또 누가 결정하는 지에 대해 주체가 모호 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강 회장은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취업 결정에 대한 권한은 재래시장 회장인 자신이 그 권한을 가지며 대상은 재래시장 회원에 가입된 상인들만 해당된다고 밝힌바있다.

이처럼 의무휴업일을 놓고 강릉지역 도매납품업체들로 구성된 유통업단체들과 전통시장 상인들 간에 갈등이 벌어지자 강릉시는 6개월간 시범운영을 한 뒤 재 심의를 하겠다는 조건을 달고 갈등을 봉합했다.
 
당시 유통업단체들은 “수요일 휴무는 대형마트들에 대한 특혜이고, 재래시장 측이 마트들로부터 지원을 받기위해 짜 맞추기 한 것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난했고, 또 “재래시장 상생법은 중앙시장처럼 집단 상가만을 위한 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상인들만 대형마트의 지원을 받고 그에 대한 댓가로 대형마트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현행 제도는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올 12월로 예정 돼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재논의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남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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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셔야 14/09/20 [09:47] 수정 삭제  
  회장 한사람이 10년이 넘게 하면 왜 비리가 안생기겠소. 대형마트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실세이자 거물일텐데 단돈 몇천만원이 머 그리 대단한 거라고
소식 14/09/16 [10:05] 수정 삭제  
  17일 오전10시 강신환 회장에 대한 2차 재판이 열립니다.
그게그거지 14/09/10 [10:59] 수정 삭제  
  지금까지 잘협조해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한다 는거 아닐까요? 좋겠오 회장자리에 있으니 사천만원씩 아무조건도 없이 쓰라고 격려금도 받고... 그럼 중앙시장 회원들은 뭡니까? 회장이란 자신의 권력이 아니라 회원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대리인입니다. 그리고 강릉시는 재래시장 하면 중앙시장만 생각하고 수백억을 쏟아 붓는데 나머지 집단을 이루지 못하고 영세하게 하루하루 장사해나가는 재래상인들은 다른 시의 상인들입니까?

좀 골고루 지원이 갈수있는 방안을 검토 하세요 그러니 이렇게 번영쇠장이니 하면서 오랫동안 장기집권하면서 권력을 휘두르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지금 중앙시장 상가 임대료가 얼마나 오른지 알고 있나요? 어차피 강릉시의 지원으로 실제 임대해 장사를 하는 분들이 혜택을 보는게아니라 강 회장같은 상가 주인들이 배 불리게 되는거지요
뭘받긴 14/09/10 [08:18] 수정 삭제  
  돈 받았구만 근데 인터뷰에서 격려금이라고했는데 뭘 격려 하는건지 밝혀야 휴일 근무 막아달라고? 홈플러스도 참 부도덕 합니다
이제 14/09/07 [13:46] 수정 삭제  
  강신환 번영회장님 십년 가까이 했으니 이번 판결이 어떻게 나든 내려 놓으시고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좀 주시죠. 부회장님도 그렇게 연배가 많으신데 회장이 더 젊네요.
어찌 그렇게 장기 집권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대형마트에서 돈을 받고 쓴것은 사실인데...
이게 대가성이 있는가가 문제인가요?
독재가문제 14/09/06 [18:13] 수정 삭제  
  한 사람이 번영회장을 독점 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요. 9년동안 번영회장을 하면 당연히 썩게 마련 아니오. 대형마트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에게 돈 싸들고 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소. 임기는 1회로 끝내야 합니다.
기사 14/09/05 [08:18] 수정 삭제  
  정부 예산 3조5천억원 투입 "효과 있나"(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전국 전통시장의 총매출이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진 최근 12년 동안 오히려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이 기간 전통시장에 3조5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형마트 공세에 대응할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한표 의원(새누리당)이 5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전국 전통시장 총매출은 40조1천억원(1천438곳)에서 2013년 20조7천억원(1천502곳)으로 48%나 급감했다.연도별 총매출은 2005년 32조7천억원에서 2006년 29조8천억원으로 30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이어 2008년 25조9천억원, 2010년 24조원, 2012년 21조1천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했다.전통시장 한 곳당 평균 매출도 2001년 279억원에서 2013년 138억원으로 50.5% 하락했다.이에 반해 대형마트 총매출은 2009년 33조2천억원에서 2013년 45조1천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이 때문에 정부 지원 3조5천억원의 부실 운영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실제로 전통시장 주차장, 진입로 등 시설 현대화에는 3조802억원을 투입했지만 상인 교육 등 전통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소프트웨어 혁신에는 3천822억원이 지원되는 데 그쳤다.전통시장 전용인 온누리 상품권은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1조7천360억원이 발행됐으나 회수율이 85%에 그쳐 소비자의 발길을 끌만한 마케팅 혁신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결국 14/09/04 [13:49] 수정 삭제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회장에게 로비를 할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네요. 그냥 정부 방침대로 다른 도시처럼 공휴일 휴무를 하세요. 그럼 로비할 필요가 없잖아요. 더구나 12월 회의를 앞두고는 더욱 심하리라 에상됩니다. 강회장님께서 평일휴무를 해주고 차라리 돈을 받자는 주장을 하셨다고 하는데 .... 그거 중앙시장하고 몇사람만 받는 거 아닐까요?
강회장님이 정말 스스로 그런 주장을 하신건지 어떤 부탁을 받고 했는지는 알수없으나 결과는 대형마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었다는 것이고, 강회장님은 격려금으로 4천만원씩 그냥 받으시는군요. 배임수재가 아니더라도 정당한 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격려금이라는게 뭡니까? 뭘 격려한다는 거죠? 아무 이유없이 돈주는 회사가 있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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