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7일 민원인 A씨의 카페를 찾아온 김진하 양양군수가 하의를 모두 벗은채로 서있는 모습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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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민원인 앞에서 바지를 내린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원도 양양군수(3선) 성범죄 의혹 사건이 두 남녀간 치정극의 모양새로 변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곡점은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민원인 A씨와 A씨의 제보를 받고 김진하 양양군수를 만난 박봉균 양양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 이용협박) 혐의로 입건되고 압수수색을 받으면서부터다.
성범죄 의혹 가해자는 협박 사건 피해자로... 뒤바뀐 처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는 이렇다. 김진하 군수와 A씨는 2014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알게 됐다. 2023년 12월 27일, A씨와 김 군수가 만난 상황에서 김 군수가 하의를 내렸다. 지난 5월, A씨는 박봉균 군의원에게 '김 군수가 자신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 수차례 새벽에 찾아와 성폭행을 하고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제보했다.
박 군의원은 지난 5월 김진하 군수에게 A씨와 군수가 함께 있는 사진을 전송한 뒤 바로 군수와 만났다. 박 군의원은 5월 만남에서 A씨의 제보 내용을 군수에게 전달했다. 4개월 뒤 A씨는 KBS 등 언론에 영상과 사진을 제보하면서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씨가 자신의 부동산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박 군의원과 공모한 다음,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영상·사진을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김 군수를 협박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김 군수는 지난 6일 경찰의 첫 소환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협박으로 느꼈다'고 진술하고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군의원은 'A씨의 민원해결을 위해 단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잘 해결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일뿐 협박은 아니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동안 성범죄 가해자로 수사를 받던 김진하 군수는 협박 사건의 피해자로,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던 A씨는 협박 사건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A씨의 성폭행 언론 제보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김진하 군수에 대한 보복성 협박이 된 셈이다.
수사 진행 전망은?... 김영란법 위반만 다뤄질 가능성도
지난 9월 '양양군수 성범죄 의혹'이 강릉KBS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경찰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 군수를 청탁금지법 위반, 성폭행, 성추행, 뇌물죄 등 혐의로 입건하고 김 군수 휴대전화와 자택, 인허가 부서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한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된 A씨 휴대전화도 증거물로 확보했다.
그런데 여성 민원인 A씨의 협박 혐의가 드러나면서, 김 군수에 대한 경찰의 수사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은 11월 6일 김진하 군수에 대한 첫 소환 조사 이후에 추가 조사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8일 기자에게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성범죄 사건을 한 차례 소환으로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혐의를 추궁할 입증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거나 혐의에 대한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김 군수에 대해 혐의가 확실하게 드러난 청탁금지법 위반(안마의자 수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김 군수는 A씨로부터 안마의자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있고, 성폭행 등에 대해서는 쌍방협의에 의한 성관계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부적절한 관계는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또 현금수수에 관해서는 A씨가 달력에 기록한 증거물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김 군수는 이 역시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13일 김진하 군수의 자택과 배우자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오지만,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 송치에 앞서 김 군수의 혐의를 살펴보고 있는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을 위해 배우자가 안마의자를 받은 배경과 김 군수가 이를 알았는지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다. 경찰은 김 군수 배우자에 대한 입건은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송치 일정을 묻는 말에 경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송치시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송치 전 혐의 하나하나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답해 수사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했다.
시민사회는? "주민소환 투표 발의 절차 순조롭게 진행 중, 현재 3500명 서명"
▲ 지난달 29일 강원 양양군 지역 시민사회단체 100여명이 양양군청 앞에서 김진하 현 군수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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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범죄 의혹 사건이 불거진 후 김 군수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졌지만, 김 군수는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버티고 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주민소환 투표 발의 절차를 진행하며 김 군수를 압박하고 있고, 양양군 공무원노조 역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김 군수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김진하사퇴촉구범군민투쟁위원회(대표 김동일)'는 현재(18일)까지 주민 35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주민소환투표 발의를 위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투표 발의 조건은 3700명이다.
양양선거관리위원회도 주민소환 투표에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15일 투표 범죄예방 등 관리 비용으로 양양군으로부터 1억8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향후 주민투표가 발의될 경우, 2차 예산 배정을 추가로 요구하게 된다.